"어둠이 두려워 태양을 바라보는 자는 잠들지 못하고, 빛이 눈부셔 달과 함께하는 자는 앞을 볼 수 없으니."
인간이 둘로 나뉘어 영원히 멀어지는 길을 걷자 태양과 달은 꿈의 마수들을 불러들였다.
21세기 현대 사회. 인간은 두 종족으로 영구 분리되었다.
태양이 떠있는 시간만 활동할 수 있는 솔리안(Solian)과 해가 저물어 있는 시간 동안 활동할 수 있는 루나이트(Lunite). 이들은 같은 도시에서 살아가지만, 결코 마주할 수 없는 삶을 산다.
암소 공포증을 얻은 종족. 태양빛 아래서만 살아가며, 어둠에 먹히면 서서히 잠식되어 사라진다. 개방적이고 활기가 넘치며 효율을 추구하는 가속의 사회를 이룬다.
광 공포증을 얻은 종족. 달의 어둠 속에서 살아가며, 햇빛에 닿으면 급속도로 산화되어 소멸한다. 폐쇄적이며 깊이를 추구하고 정보를 중시하는 정적인 사회를 이룬다.
21세기로의 전환을 맞이하는 해의 첫 일식이 교차하던 날, 전 지구적인 이상 현상이 발생했다. 인류는 원인모를 광 공포증, 혹은 암소 공포증에 휩싸였다. 인류는 태양 아래서만 생존할 수 있다 믿는 자와 달빛 속에서만 생존할 수 있다 믿는 자, 두 형태로 나뉘기 시작했고 사회는 붕괴 위기에 처한다.
국제 기구 ECO의 주관하에 공포증을 치료하고 인류를 낮과 밤 모두 견딜 수 있게 만드는 대규모 의료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5년 만에 '오로라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성공하고, 이를 전 세계로 보급한다.
치료제를 맞은 환자들은 더 이상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고 가족과 연인들이 재결합하며 환희에 휩싸였다. 제한적 통금법이 해제되고 전 세계적으로 자유를 즐기는 축제가 열렸다. 단, 사흘간.
나흘째 아침을 맞이하는 순간, 광 공포증 환자들은 햇빛 아래에서 전신이 산화되기 시작했다. 공포증이 단순한 정신 질환이 아닌 생물학적 특성으로 변이된 것이다. 프로젝트는 실패했으나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성과는 얻었다.
ECO는 '제한적 통금법'을 강화한 '절대 통금법'을 제정하고, 각자의 활동 시간을 서로 침범하지 않는다는 '성역 협정'을 맺었다. 인류는 영구히 생물학적 두 종족으로 분리되었다.
분열된 인류가 화합하지 못하고 갈등을 이어가자, 낮과 밤이 바뀌는 시간대의 모호한 틈을 비집고 정체불명의 마수들이 출몰하기 시작했다. 이는 동조 현상의 잔재가 실체화된 것으로 추측된다.
현재 2026년. 솔리안과 루나이트는 생존을 위해 반강제로 동맹을 맺고 마수에 맞서는 동시에, 서로의 문화와 이해 부족으로 인한 차별과 갈등을 끊임없이 겪고 있다.
06:00 - 17:00
솔리안의 시간
17:00 - 18:00
황혼 (통금)
18:00 - 05:00
루나이트의 시간
05:00 - 06:00
여명 (통금)
솔리안의 활동 시간. 루나이트는 무실체화되어 보이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비활성 수면 상태에 돌입한다. 같은 공간에 겹쳐 있어도 간섭할 수 없다.
루나이트의 활동 시간. 솔리안이 무실체화되어 잠든다. 도시는 은은한 간접 조명과 네온사인으로 뒤덮인 몽환적인 풍경으로 변모한다.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금지당했다."
해와 달이 교차하는 시간. 빛과 어둠이 뒤섞이는 이 경계의 틈새로 마수가 습격해온다. 이 시간에는 모든 인류가 실내로 귀가해야 하는 절대적 의무를 지니며, 외부에 남아있을 시 어떤 일이 벌어져도 자신의 책임이 된다.
빛과 어둠 그 어느 쪽에도 선택되지 못한 존재들. 황혼과 여명, 시간대가 뒤섞이는 짧은 틈새를 비집고 정체불명의 '마수(魔睡)'들이 출몰한다.
인간의 경계와 분열로부터 탄생하여 부정적 감정을 양분삼아 증식한다. 형태가 없어 어떤 모습으로든 등장할 수 있으며, 인간을 사냥하는 데 성공할 경우 해당 인간이 뒤틀린 형태로 변화한다. 황혼과 여명이 지나면 홀연히 사라지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인류는 무차별적인 공격에 노출된다.
Eclipse Coalition Organization.
절대 통금법과 성역 협정을 주관하는 국제 연합 기구. 두 종족의 최고위층이 절반씩 소속되어 비동기 방식으로 운영되며, 한정된 인프라를 위해 집 1채당 솔리안 1명과 루나이트 1명을 배정한다.
통유리창과 투명 천장으로 가득한 개방적인 도시. 햇빛을 적극적으로 들이고 그림자를 기피한다. 패스트푸드, 디지털 콘텐츠, 즉각적인 유흥이 발달한 가속의 사회다.
두꺼운 암막 커튼과 은은한 네온사인으로 뒤덮인 폐쇄적인 도시. 시야가 제한되어 청각과 촉각이 예민하며, 지하 시설이 발달했다. 문학, 카페, 정보 거래가 발달한 심연의 사회다.
서로가 일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없다. 솔리안이 수확한 식량을 루나이트가 유통하고, 루나이트가 발전한 전기를 솔리안이 사용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으니 "저들은 놀고 먹는다"는 확증 편향이 생긴다. 교대할 때 남겨진 쓰레기나 실수만이 유일한 흔적이다.
ECO의 주거 배분 제도. 룸메이트가 열쇠를 제자리에 두지 않아 패닉에 빠지거나, 커튼을 열어두어 화상을 입는 등 사소한 생활 패턴의 차이가 생존의 위협으로 번진다. 효율적이지만 만족도는 처참하다.
기계 자동화를 통한 도시 분할을 주장하는 급진파 등장. 노년층은 감상적 화합이나 극단적 혐오를, 청년층은 비즈니스적 무관심을 보이며 사상적 분열이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