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두려워 태양을 바라보는 자는 잠들지 못하고,
빛이 눈부셔 달과 함께하는 자는 앞을 볼 수 없으니.
인간이 둘로 나뉘어 영원히 멀어지는 길을 걷자
태양과 달은 꿈의 마수들을 불러들였다.
2026년, 빛과 어둠이 영원히 교차하는 세계.
태양빛 아래서만 살아가는 빛의 인간. 어둠에 먹히면 서서히 잠식되어 사라진다. 그들은 빛과 동조하며, 해가 떠 있는 동안에만 존재할 수 있다.
달의 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어둠의 인간. 햇빛에 닿으면 급속도로 산화되어 소멸한다. 그들은 어둠과 동조하며, 해가 저문 뒤에만 존재할 수 있다.
2000년, 밀레니엄의 일식 이후 인류는 영구적인 생물학적 종족으로 분리되었다. 이전의 불안정했던 균형을 붕괴시킨 '프로젝트 AURORA'의 여파로, 인간은 어느 한 쪽의 시간대에만 온전히 존재할 수 있게 되었다. 상반된 시간에 활동하는 종족은 서로에게 보이지도, 들리지도, 만져지지도 않는 '무실체'가 된다.
06:00 - 17:00
솔리안의 시간
17:00 - 18:00
황혼 (통금)
18:00 - 05:00
루나이트의 시간
05:00 - 06:00
여명 (통금)
황혼과 여명의 시간, 해와 달이 교차할 때 모든 인류는 반드시 실내로 귀가해야 한다. 이는 어떠한 이유로도 예외될 수 없는 절대적 법칙이며, 위반 시 즉결 처분 대상이 된다.
낮에는 루나이트가, 밤에는 솔리안이 무실체화 된다. 같은 공간에 겹쳐 있어도 인지할 수 없으나, 상대가 남긴 흔적은 남는다. 쿠션의 위치가 바뀌어 있는 것은 일상이다.
빛과 어둠 그 어느 쪽에도 선택되지 못한 존재들. 황혼과 여명, 시간대가 뒤섞이는 짧은 틈새를 비집고 정체불명의 '마수(魔睡)'들이 출몰한다.
인간의 경계와 분열로부터 탄생하여 부정적 감정을 양분삼아 증식한다. 형태가 없어 어떤 모습으로든 등장할 수 있으며, 인간을 사냥하는 데 성공할 경우 해당 인간이 뒤틀린 형태로 변화한다. 황혼과 여명이 지나면 홀연히 사라지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인류는 무차별적인 공격에 노출된다.
Eclipse Coalition Organization.
절대 통금법과 성역 협정을 주관하는 국제 연합 기구.
두 종족의 최고위층이 절반씩 소속되어 비동기 방식으로 운영되며,
한정된 인프라를 위해 집 1채당 솔리안 1명과 루나이트 1명을 배정한다.
통유리창과 투명 천장으로 가득한 개방적인 도시. 햇빛을 적극적으로 들이고 그림자를 기피한다. 패스트푸드, 디지털 콘텐츠, 즉각적인 유흥이 발달한 가속의 사회다.
두꺼운 암막 커튼과 은은한 네온사인으로 뒤덮인 폐쇄적인 도시. 시야가 제한되어 청각과 촉각이 예민하며, 지하 시설이 발달했다. 문학, 카페, 정보 거래가 발달한 심연의 사회다.
서로가 일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없다. 솔리안이 수확한 식량을 루나이트가 유통하고, 루나이트가 발전한 전기를 솔리안이 사용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으니 "저들은 놀고 먹는다"는 확증 편향이 생긴다. 교대할 때 남겨진 쓰레기나 실수만이 유일한 흔적이다.
ECO의 주거 배분 제도. 룸메이트가 열쇠를 제자리에 두지 않아 패닉에 빠지거나, 커튼을 열어두어 화상을 입는 등 사소한 생활 패턴의 차이가 생존의 위협으로 번진다. 효율적이지만 만족도는 처참하다.
기계 자동화를 통한 도시 분할을 주장하는 급진파 등장. 노년층은 감상적 화합이나 극단적 혐오를, 청년층은 비즈니스적 무관심을 보이며 사상적 분열이 깊어지고 있다.